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요소 변화의 이해와 대비
(서울소재 5개 대학 공동연구 중심)
경기 소명여자고등학교 교사 김진석
학생부종합전형이 시작된 초창기에는 대학별로 평가요소나 평가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초기에는 고교 현장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저런 오해들로 인해 학생 지도에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2016년부터 진행된 두 차례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6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서울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이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에 공통 평가요소를 제시하여 이런 고교 현장의 혼란을 덜어주었다.
2018년에 ‘대입전형 표준화방안 연구’가 발표된 이후, 연구에 참여한 6개 대학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유사한 평가요소를 활용하여 서류평가를 진행하는 대학이 늘어났고, 이는 고교 현장에서 대학의 평가요소를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2019.11.28.) 이후 학생부 기재 항목이 축소되어 대학 미제공 자료가 늘어났으며, 2022학년도 대입부터는 추천서가 폐지되었다. 또한 항목의 축소 과정을 거쳐 2024학년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되어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또한 고교학점제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5개 대학은 공동연구를 통해, 아래 그림과 같이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항목 구조를 개선했다.
<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개선안 >
과거 6개 대학이 발표한 서류평가요소는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의 네 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5개 대학이 발표한 서류평가요소는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 역량’의 세 가지로 축소됐다. 변경된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에 대해 각각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차례대로 살펴보자.
1. 학업역량
- 대학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는 데 필요한 학업 능력
1) 학업성취도 : 교과성적이라는 정량지표를 활용하여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종합적으로 정성평가하는 기본 취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 학업태도 : 과거 ‘학업태도와 학업의지’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학생부 기재항목의 축소로 인해 ‘학업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서 ‘학업의지’를 제외했다.
3) 탐구력 : 과거 ‘탐구활동’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참여의 의미에 국한된 것으로 읽힐 수 있어, 단순한 활동 참여를 넘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탐구력’으로 바꾸었다.
이번 5개 대학의 연구에서 학업역량 부분은 항목의 명칭이나 내용 측면에서 과거와 큰 변화가 없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성적 체계의 변화를 반영해서 세부 평가항목을 일부 수정했을 뿐이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제도가 변한다하더라도 대학이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의 역량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학업역량이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자신의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뽑고 싶어 한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대입제도가 바뀌더라도 학교 수업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교내 활동을 통해 자신의 학업역량을 키우는 것이 대학 입시 준비의 기본이다.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길러온 학생의 역량이 대학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학업에 충실하고 여러 교내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업역량에서는 학업성취도, 즉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교과전형과 달리, 교과성적의 결과물인 숫자에만 국한하지 않고, 숫자에 담긴 의미까지 정성평가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평가자는 학생이 수강한 과목들을 구분하고 또 학기별로 구분해서 종으로 횡으로 살펴본다.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어떤 성취를 거뒀는지 보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적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만큼 성적이 향상되는 것도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진로선택과목에 대한 선택이 증가하면서 생길 수 있는 성적의 왜곡 현상에 대해서도 고려하기에, 교과성적을 잘 받기 위해 어려운 과목의 선택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만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학업을 수행하는 학업 태도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학생들이 ‘특정 직업이 하고 싶어요. 어떤 학과가 궁금해요.’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하는데, 정작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 태도는 이렇게 궁금증이 생긴 상황에서 누군가가 알려주기를 기다리거나 기대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스스로 물어보고 찾아보고 읽어보면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갖춘 학생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같은 창의적체험활동이나 수업에서 호기심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주도적이고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탐구력 역시 평가된다. 탐구력은 호기심을 가지고 특정 대상에 대해 꾸준하고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수업과 창의적체험활동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을 통해 학생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참여해서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된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와 관련된 활동이 일회성 활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수업에서 시작해서 동아리 활동으로 그리고 또 다른 수업의 수행평가 등으로 관심사가 이어지게 하거나 창의적체험활동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수업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학생의 탐구력이 돋보일 수 있을 것이다.
2. 진로역량
- 자신의 진로와 전공(계열)에 관한 탐색 노력과 준비 정도
1) 전공(계열)관련 교과 이수 노력 : 고교 교육과정에서 전공(계열)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한 정도
2) 전공(계열)관련 교과 성취도 : 고교 교육과정에서 전공(계열)에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고 취득한 학업 성취 수준
3) 진로 탐색 활동과 경험 :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활동이나 경험 및 노력 정도
‘전공 관련 교과목 이수 및 성취도’가 ‘전공(계열) 관련 교과 이수 노력’ 및 ‘전공(계열) 관련 교과 성취도’로 분리되었다. 우선, 최근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선택이 가능해지면서 교육과정이 다양해진 점, 고교학점제에 기반한 교육과정 시행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학생들의 ‘교과 이수 노력’과 ‘교과 성취도’를 보다 세밀하게 평가하겠다는 대학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는 이수한 교육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학교 안에서 전공(계열)과 관련한 연계교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보아야한다.
‘전공(계열) 관련 교과 이수 노력’은 전공(계열)과 관련된 과목 선택의 적절성과 이수 과목 수, 위계에 따른 과목 선택과 공동교육과정 등을 통한 추가적인 과목 이수 노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과목을 통해 그 역량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학교에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선택하고 충실하게 이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수업 등을 통해서라도 개인적인 학습 노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과교육과정에서 일반 선택과목이 학업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관련 진로선택과 공동교육과정을 이수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선택과목에서 충분한 학업역량을 기반으로 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목 선택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및 교육청 등에서 발간한 ‘과목선택 참고 자료’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울대에서 ‘2024학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2021.07)를 통해 발표한 ‘(핵심) 권장 과목’을 통해 지원을 희망하는 계열이나 학과에 맞는 과목 선택이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자연/공학/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국어나 사회 교과 보다 수학과 과학 교과를 더 이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공학계열은 물리학Ⅱ, 생명과학계열은 생명과학Ⅱ, 화학계열은 화학Ⅱ, 의학계열은 생명과학Ⅱ와 화학Ⅱ를 이수하는 것이 좋다.
‘전공(계열) 관련 교과 이수 노력’은 ‘전공(계열) 관련 교과 성취도’로 이어진다. 당연히 고민 끝에 선택한 과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은 학업역량을 평가하되 전공(계열)과 관련된 교과의 성취도를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단순한 성적만이 아니라 ‘성취도,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이수단위, 수강자수, 성취도별 분포비율’, 그리고 ‘동일교과 내 일반선택과목의 석차등급과 진로선택과목의 성취도’를 비교하여 종합적으로 학생의 성취 수준을 살핀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성적을 받기 쉬운 진로선택과목을 다수 선택해서 정량적인 성적 자체에만 집중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이번 서류평가요소 중 가장 큰 변화가 생긴 부분은 ‘전공 탐색’에서 ‘진로 탐색’으로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전공’만이 아니라 ‘계열’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선택권을 이전에 비해 넓혀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전공’에 국한된 학교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학교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찾기 바라는 대학의 바람이 담긴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진로역량은 전공에 대한 관심이 큰 학생이 대학 진학 후에도 적극적으로 전공 생활에 참여할 것이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학생의 미래 잠재력을 살펴보는 부분이기에, 학생부의 각 영역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계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심리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광고회사, 여론조사 기관, 컨설팅 회사, 연구자, 인간공학, 인공지능, 교육’ 등으로 자신의 진로를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관심사를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고민과 탐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공동체역량
-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사고와 행동
1) 협업과 소통능력 :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며, 구성원들과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
2) 나눔과 배려 :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여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며, 타인을 위하여 기꺼이 나누어 주고자 하는 태도와 행동
3) 성실성과 규칙준수 :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공동체의 기본 윤리와 원칙을 준수하는 태도
4) 리더십 : 공동체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이끌어가는 능력
공동체 역량은 네 가지 평가항목의 명칭만 살펴봐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렇듯, 학교 역시 혼자서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단체활동이나 공동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논의를 통해 협력해야 하고, 때로는 의견 충돌로 인해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급 생활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서 구성원과 협업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배려심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의사소통능력이나 리더십 등의 사회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
나눔과 배려의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에 자발적으로 꾸준히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를 꼭 봉사활동과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수업이나 창의적체험활동 중 멘토가 되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고, 학급의 소소한 행사나 교내 축제 등의 활동에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역량과 시간을 들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면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생활 중에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는데, 학급, 동아리, 수업을 통해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한다면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임원이나 각종 도우미 활동 중에 남들이 꺼려하거나 어려운 역할을 맡아 책임감 있게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성실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학교생활의 기본이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사소한 것들부터 어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십이다. 리더십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그것의 실행을 주도한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또한 중요하다. 리더십은 종류가 다양하다. 모든 사람이 앞에서 끌기만 하는 것보다 곁에서 뒤에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도 좋은 리더십이 될 수 있다. 학급이나 동아리 임원과 같은 특별한 직책을 맡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역시 좋은 리더십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5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변화와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평가요소가 조금은 변화했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희망하는 전공(계열)에 맞는 과목을 적극적으로 수강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는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수업과 창의적체험활동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와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의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항목이 변화된 상황에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